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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사회의 발전 (1) 고대 그리스 ~ 르네상스기 이탈리아
    국제정치학/국제정치학 총론 및 역사 2022. 10. 21. 16:45

      애덤 왓슨(Adam Watson)은 국제사회에 관한 연구에서, 고전시대 그리스의 독립 도시국가들(city-states), 르네상스기 이탈리아의 국가체제(states-system), 반패권의 베스트팔렌 평화체제(Peace of Westphalia), 유렵협조체제(Concert of Europe), 유럽국가체제의 지구화 시기, 두 강대국(superpowers) 시기, 그리고 오늘날의 국제사회를 동일한 관점으로 파악.


    고대 그리스

      역사상 최초의 국제사회는 고대 그리스에서 출현. 당시 헬라스(Hellas)로 알려진 고대 그리스는 지리적 구역이자 문화적 단위였으며, 단일한 정치 단위나 국가는 아니였음. 헬레닉(Hellenic) 국제사회는 지리상 발칸반도 남부와 그 주의의 에게해, 아드리아해, 지중해의 여러 섬에 건설된 수많은 도시국가들로 구성. 아테네는 그리스 국가들(Greek city-states) 중에서 가장 유명했지만, 그 밖에도 스파르타나 코린트 같은 많은 도시국가들이 존재했음.

     

      헬라스인(Hellens)들은 자신들이 공통의 조상-언어-종교 및 생활방식을 공유하다 믿었고, 이 모든 것들은 그들이 야만족으로 간주한 이웃들(대표적으로 페르시아)로부터 자신들을 구별시켜주었다(Wight 1977:46~7, 85). 여기서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을 헬라스인이라고 불렀지만, 고대 그리스는 하나의 국가가 아니었다는 점을 주목해야함.

     

      헬라나 국제사회의 도시국가들은 서로 다소 독립되어있었으나, 하나의 국제사회로 응집되는데 필수적인 공통의 문화를 소유했음. 또한 그들은 야만족들과 정치관계를 맺었지만, 어떠한 문화적 친밀감도 갖지 않았으며 정치적으로 제휴하지도 않음. 비록 각 도시 국가들이 자신만의 정체의식(identity), 의례, 종교의식, 신탁소(oracles), 정치제도 등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의 종교, 관습, 전통, 그리고 정치는 유사했음.

     

      델포이에 위치한 신전은 도시국가들의 분쟁을 해결하는 권위의 원천으로서 의뢰하는 곳. 이렇게 서로 광범위하고 정교한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면서, 독특한 정치용어들도 발전. 대표적으로 화해(reconciliation), 휴전(truce), 협약(convention), 동맹(alliance), 제휴(coalition), 중재(arbitration), 조약(treaty), 평화(peace) 등. 또한 일종의 중립을 뜻하는 개념도 만들어졌는데, 현대어로는 '침묵유지'라는 뜻을 가짐(Nicolson 1954: 3-14).

     

      다만 고대 헬레닉 국제사회에는 르네상스기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들어진 상주대사관에 기초한 외교 제도는 존재하지 않았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록세니(proxeny)라는 유사한 제도를 발전시킴. 이 제도는 일종의 상주 외교 제도가 갖는 기본적 기능을 담당했고, 다른 그리스 도시로부터 온 지방 거주자의 문제를 다룸(Wight 1977: 53-56).

     

      하지만 헤들리 불의 정의에 따른 국제사회의 존재 여부는 그다지 명확하지도 않으며 논쟁의 여지도 존재. 고대 그리스인은 명확한 국제법체계를 갖추지 않았기 때문. 왜냐하면 폴리스(polis, 도시국가 정치공동체)가 다른 도시국가와의 관계에서 권리 및 의무를 갖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 도시국가들 각각은 정치적으로 독립적이었고, 공통의 국제법체계로 이루어진 큰 정치집단의 구성 부분이 아니었음. 이들이 만든 국제사회는 시종 문화적-종교적 사회였지, 법적-정치적 사회는 아님.

     

      다만, 헬라스 도시국가들 간의 국제문제는 신이 내린, 동시에 일상 현실이 요구하는 일정 원칙(principles)에 의해 해결되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 조약의 경우, 신과 인간의 최고 권력자인 제우스의 특별한 관리하에 놓였으며, 승인된 조약을 정당한 이유 없이 파기하거나 군사작전 중 동맹을 포기하는 행위는 공격으로 간주됨.

     

      해럴드 니콜슨(Harold Nicolson)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인들 사이에는 "전쟁의 야만성을 완화할 수 있는, 오늘의 제네바협약과 유사한 종교적 제재수단이 존재했던 것 같다"(Nicolson 1954: 5).로 묘사됨. 또한 니콜슨에 따르면, 그리스인들은 문명인이건 야만인이건 모든 인류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일정한 행동 표준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어렴풋하게나마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됨(Nicolson 1954: 10).

     

      따라서 이러한 관행은 분명히 헤들리 불의 개념에 가깝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 사회는 '서구 전통에서 최초의 의미 있는 국제사회'로 여겨짐. 하지만 그리스인이 평등한 주권의 관념을 가지고 행동하지 않았다는 점은 다시 한번 강조되어야 함. 많은 약소국들은 아테네와 스파르타 같은 이들 간의 경쟁, 제휴, 전쟁에 연루될 수밖에 없었음. 따라서 약소국들은 강대국들과 평등하지 않았음.

     

      이 사실은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펠로폰네소스 전쟁(431~404 BC)에 대한 투키디데스(Thucydides)의 연구에서 분명히 밝혀져 있음. 한 유명한 대화에서, 조그만 도시국가 멜로스의 국민들은 최후통첩을 한 강대국 아테네인들에게 정의를 호소함. 하지만 아테네인들은 국가들 간의 정의는 힘의 대등함 여부에 달려 있다며 이를 거절.

    "강자는 힘이 있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고, 약자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 대등한 자에게는 대항하고, 우월한 자에 대해선 다르게 처신하고, 약자는 온건하게 다루는 것이 안전의 법칙이다"(Thucydides, Warner 역 1972: 402, 407).

     

      이는 후에 다룰 서구 전통에서 나타나는 현실주의 정치윤리에 관한 고전적 진술임.

     

      헬라스는 결국 발칸반도에 기반을 둔 대륙 국가인 마케도니아 제국에 점령 담함. 결국 이 지역의 정치공동체 관계는 위계와 제국의 시대를 맞게 됨.


    이후, 그리고 르네상스기 이탈리아까지

      마케도니아를 몰아낸 로마가 유럽 대부분과 중동 아시아 및 북아프리카의 상당 부분을 정복-점령하고 지배하며 한 층 더 큰 제국을 건설.

     

      비록 로마인들이 원초적인 국가들의 법, 유스겐티움(jus gentium)을 인식했다 하더라도, 이는 독립된 주권국가들의 성문화 된 법은 아니었음. 로마만이 유일한 주권국이었으며, 자신의 영내 다른 정치공동체들과의 관계는 국제적이라기보다는 제국적인 것이었음. 로마의 통치권 아래에서는 독립국가들 간의 대화와 타협이 아닌, 복종과 반란이 반복됐을 뿐.

     

      그리고 오랜 쇠퇴의 기간이 지나, (서)로마제국은 4세기경 제국의 변방에서 침공한 야만족에 의해 해체됨. 로마제국은 결국 신권정체(theocracy), 즉 조직적 종교에 기초한 정부 형태로 이어짐. 로마제국의 두 계승자 중 하나인 서쪽의 라틴기독교국(Latin Christendom)이나 콘스탄티노플의 (동)로마제국 역시 신권 정체였음. 그러나 동로마제국은 멸망하지 않고 그리스, 즉 정통 기독교를 흡수하면서 다시 천 년 동안 유지(비잔티움).

     

      이후 15세기 중반 이를 멸망시킨 것은 이슬람 제국, 오토만 투르크(Ottoman Truks). 북아프리카에서 로마제국은 몇 세기 후 강성해지던 이슬람 국가들에 의해 대체되었고, 한참 후 오토만 제국(Ottoman Empire)의 치하에 놓임. 따라서 중세(Middle Ages)는 제국의 시대. 서로 다른 제국들 간의 관계와 갈등의 시대였지, 주권국가들에 기초한 국제사회의 시대가 아니었음.

     

      500년에서 약 1500년까지 대략 천 년 동안 지속된 중세 서유럽은 기독교국(Respublica Christana)으로 불림. 이는 종교적 권위(sacerdotium)정치적 권위(regnum)가 접합된 구조에 기초한 일종의 보편 사회. 적어도 이러한 구조는 언어와 출신을 막론하고 유럽인들에게 최소한의 단위 의식과 응집력을 부여(Wight 1977: 47). 또한 이것은 적어도 중세 정치이론상 승인된 공식 제도였음(Gierke 1987: 13).

     

      물론 실제로 중세 유럽은 지역 수준에서건 지방 수준에서건 봉건제도 하에 분열된 사회. 중세 유럽인들은 거의 평생을 지내는 수많은 지방 공동체들 속에서 관습적으로 신분상 자신들의 직속상급자에 대해 정치적 충성을 맹세함. 하지만 왕, 달리 말하자면 세속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미미. 중세 유럽인들은 대체로 관습상 서유럽의 교회에 대한 종교적 복종심을 가짐.

     

      하지만 교회 또한 로마주교, 즉 교황을 정점으로 주교들과 사제들의 위계구조로 구성. 교황은 세속의 지배자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심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 근대 초기(1500~1650)가 시작될 때까지도 교황은 유럽 곳곳에서 여전히 숭배를 받았으며, 주권 통치자들 간의 문제의 중재로서의 역할을 수행. 대표적인 예시가 교황 알렉산더 6세(Alexander VI)가 스페인과 포르투갈 간의 분쟁거리였던, 새로 발견된 남아메리카 대륙과 그 주위의 대양의 분할 문제를 해결.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럽의 왕들은 봉건귀족들을 타도하고 교황에 도전하면서, 대내적 무질서와 대외적 간섭 혹은 위협에 대한 방어자가 됨.

    "세속의 왕에 대한 내부 충성집단은 확대되었고, 외부 충성집단은 소멸되었다. 이 둘은 과거 충성심이 모호했던 중간지대에서 만났지만 이제 안과 밖에 대해 공히 명확한 집단으로 합쳐지게 되었다. 이리하여 존재하게 된 근대국가는 과거 중세 기독교국보다 한층 좁아지고 동시에 한층 강한 충성심의 단위였다" (Martin Wight 1986: 25).

     

      중세 교회 중심의 정치질서는 16세기를 통해 한편으로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Prostestant Reformation)과 다른 한편으로 왕의 권위와 왕정의 정당성을 확대해준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의 새로운 정치 이론 영향 하에 해체되기 시작함. 당시 교황권 자체는 이미 오래전에 하나의 국가이자 실로 중요한 권력이 되었던바, 이탈리아 내 몇몇 경쟁하는 권력들 중 하나였음(Burckhardt 1958: 120-42).

     

      르네상스기 교황권은 비록 정실과 부패로 오명을 얻고 있었으나, 외교의 혁신에 기여함. 예를 들어 상주대사관이나 로마주재 외교단에 대한 규칙 등이 형성. 교황권이 초기 근대 국제사회의 제도화와 확장을 방해하고 저항함과 동시에 그것을 부추기기도 했다는 점은 유럽 역사가 보여주는 진기한 역설 중 하나.

     

      국제사회의 발전에서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역사적 실험은 르네상스기 이탈리아(Italian Renaissance)의 소국들에 의해 이루어짐. 이들은 중세 제국을 무너뜨리고 자유를 획득하기 위한 최초의 국가들로, 14~16세기 동안 이탈리아 북부에서 성장.

     

      르네상스를 통해 예술과 과학 분야에서계몽(enlightenment)이 일어났음. 이러한 계몽은 고대 학문, 특히 그리스와 로마의 학문을 재생함으로써 시작. 이 르네상스를 일으키면서 이탈리아인들은 근대 독립 국가, 혹은 스타토(stato)를 건립. 베네치아, 피렌체, 밀라노, 교황령(the Papal states) 등이 가장 대표적인 예시. 이들은 하나의 도시와 그 주위에 기반을 둠.

     

      물론 자신들의 자유로운 정치체제를 제도화함으로써 스타토의 새로운 이탈리아인들은 중세의 종교적-정치적 권위를 부정하고 해체했음(Burckhardt 1958: 26-44). 당시 아드리아해의 북부와 동부에까지 영토를 확장한 으뜸의 무역국가였던 베네치아 공화국은 비잔티움과의 정치-무역관계를 통해 획득한 국제사회의 외교 관행과 제도들을 유럽에 전파. 베네치아 공화국은 여타 이탈리아 국가들을 위한 행동표준을 제작했고, 나중에 프랑스와 스페인 그리고 종국에는 유럽 전체에 행동표준을 제공함(Nicolson 1954: 24).

     

      하지만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은 약소했기 때문에, 서유럽의 프랑스나 스페인과 같은 큰 영토국가들에 대항하기엔 지나치게 분열되어 있었음. 이리하여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은 자신들 사이에 문제 되었던 것보다 훨씬 위협적인, 독립을 방해하는 새로운 외부의 도전에 직면.

     

      이 때문에 마키아벨리(Machiavelli)는 16세기 초 하나의 통일된 이탈리아를 호소했으며, 전쟁의 기술에 관한 저작(1965)에서 정치-군사적으로 통일 이탈리아를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심사숙고함. 그는 '폭력의 조직화''공화국과 시민을 재구성하는 정치기술'(Drake 2002: 241)로 봄. 하지만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지도자들은 여러 국가 간의 지나치리만큼 고착화된 경쟁관계와 개인적-왕조적 야심으로 인해 이를 실행할 수도, 실행할 의사도 없었음. 

      치국(statecraft)은 마키아벨리(1469~1527)의 저작 '군주론(The Prince)'에서 일종의 도구적인 대외정책관으로서 이론화됨. 이 관점에서는 정치적 미덕이 국력의 신장과 사용에서 교활함과 동일시되었으며, 정의에 대한 순진한 (기독교적) 믿음은 정치적 악이었음.
      명예, 영광, 행운, 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덕'은 마키아벨리와 다른 르네상스기 정치학자들(피렌체의 정치사가인 프란체스코 퀴치아르디니(Francesco Guicciardini) 등)의 사상에서 중심에 위치함 관념이었음. 이러한 관념들은 훗날 '고전적 현실주의 이론'으로 불리는 정치사상의 중요 부분을 구성함.

     

      결국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은 16세기에 오스트리아-스페인의 합스부르크와 프랑스에 의해 멸망. 이탈리아 반도에 대한 이들의패권(hegemony)은 19세기 중반까지 지속됨.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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